1. 시공 넘다
외계+인 1부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장르의 조합을 시도한 작품으로, SF와 사극, 액션과 코미디를 한데 엮어낸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 온 연출가로서, 이번 영화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창적 설정과 복합적인 캐릭터 관계를 바탕으로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이야기의 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2022년 현대 서울에서 벌어지는 외계 감옥 수호자 ‘가드’와 외계인 범죄자의 대결, 또 하나는 630년 조선시대에서 도사 ‘무륵’이 신검을 찾기 위한 여정입니다. 이 두 세계는 겉보기엔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서로 얽히고설키며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어 갑니다. 외계인이 조선의 인간에게 정신을 이식하고, 미래의 감옥이 과거에 영향을 주는 설정은 한국형 타임슬립 영화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엽니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이 구조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현재의 선택이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혹은 미래의 존재가 과거를 바꾸면 현재는 어떤 방식으로 재편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상상은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시각적 상상력과 더불어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내며, 타임슬립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의 무당, 도사, 기이한 괴력의 인물들이 외계인의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장면은 장르적 충돌이라기보다는 창조적 결합에 가깝습니다. 전통적인 한복을 입은 도사가 신검을 찾아 전투를 벌이는데, 그 상대가 인간의 몸을 숙주 삼은 외계 존재라는 설정은 과감하면서도 기발합니다. 이질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세계관을 믿게 만드는 설득력이 영화의 큰 장점입니다.
40대 여성으로서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가족과 기억에 대한 서브플롯이었습니다. 과학적 설정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의 실체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가드는 감정을 제거당한 존재였고, 썬더는 가족을 기억하지 못하는 외계 존재였습니다. 이들이 다시 감정을 찾아가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시공간을 초월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본 엄마로서 깊은 공감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감정은 남는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외계+인 1부는 실험적인 장르 결합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사 구조로 새로운 관객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시각적 쾌감과 철학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며, 한국 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서사의 확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2. 인물 교차
외계+인 1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교차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고, 각기 다른 배경과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유기적으로 얽히는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의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캐릭터 간의 화학 작용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현대 서울에서는 감정을 통제당한 외계 감옥 관리자 가드와 감정적인 외계 생명체 썬더가 중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가드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기계적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인간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감정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썬더는 반대로 외계 존재지만 인간의 감정을 경험하고, 기억을 회복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한편 조선시대에서는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도사 무륵, 해적 출신의 이안, 그리고 수련 중인 소년들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과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결국 하나의 거대한 힘 앞에 협력하거나 갈등하게 됩니다. 특히 묽은 영화의 유머와 진지함을 동시에 담당하는 인물로, 류준열의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매력이 극대화됩니다. 그의 순박함과 용기, 정의감은 조선시대의 이방인과 같은 외계 존재들과의 대립에서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인물 간의 교차는 단지 이야기의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다양성과 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왜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다른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만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관객은 자연스럽게 추적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인물 간의 관계를 단순히 목적 중심으로 다루기보다는 감정과 기억, 선택의 의미로 확장시키며 보다 풍부한 드라마를 완성합니다.
현실에서도 이처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뜻하지 않은 순간에 인연을 맺게 되는 일은 자주 발생합니다. 사회 안에서 다양한 경험과 문화가 충돌하면서도 하나로 엮여가는 모습을 보며, 영화 속 이질적인 인물들의 교차가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40대 여성의 시선에서 인물 교차의 가장 큰 의미는 ‘다름’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세대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갈등과 화해는 현실에서도 늘 겪는 문제입니다. 특히 가족 내에서의 갈등, 세대 간의 가치 충돌이 종종 영화 속 갈등 구조와 겹쳐져 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외계+인 1부는 다양한 인물의 교차를 통해 단순한 SF 이상의 의미를 담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이야기의 틀을 넘어서 인간관계의 본질을 되묻는 장치로 기능하며, 각각의 인물이 지닌 서사가 한 편의 작은 영화처럼 느껴질 만큼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3. 감정 회복
외계+인 1부는 궁극적으로 ‘감정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전개됩니다. 가드와 썬더, 무륵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은 감정의 부재, 억제, 혹은 오해 속에서 출발하여, 결국 감정을 회복하거나 이해하게 되는 여정을 거칩니다. 이는 곧 인간성을 되찾는 과정이자, 생명체로써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가드는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감정을 잃은 존재로 묘사되며, 오로지 임무만을 수행하는 기계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썬더와의 갈등과 협력, 그리고 점차 드러나는 자신의 과거 기억을 통해 그는 점차 감정을 회복해 갑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주었던 사람에 대한 기억,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고자 했던 감정은 그가 다시 인간다운 결정을 내리는 동기가 됩니다.
썬더는 외계 생명체로서 지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였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의 감정과 기억, 관계 속에서 변화합니다. 그는 기억을 통해 감정을 배우고, 감정을 통해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그 자체로 영화의 중심 테마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며, 캐릭터를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성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감정의 회복은 조선시대 인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무륵은 신검이라는 절대적 무기를 좇는 도사였지만, 여행 중 만난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전투와 경쟁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로 묘사되며, 결국 타인을 지키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는 영웅서사로서도, 인간서사로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완결을 제시합니다.
감정은 종종 불필요하거나 방해 요소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계+인 1부는 오히려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서로를 연결하는 진짜 매개체라고 말합니다. 이 메시지는 영화 속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되지만, 관객에게는 매우 명확하게 전달됩니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사랑하고, 상처받고, 결국 다시 치유됩니다.
영화를 본 후 저는 특히 감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종종 감정을 억누르거나 감추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감정들이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회복될 수 있고, 누군가의 손길을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조용히 일깨워 주었습니다. 감정을 회복한 가드처럼, 나 또한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계+인 1부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 감정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도 결국 인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통해, 이 영화는 한국 SF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장르와 구조를 넘은 이 감정의 회복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장 오래 기억될 이유가 될 것입니다.